
<승리 확정 후 포효하는 정현과 좋아하는 한국 선수단, 그리고 고개를 숙인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프라나 감독>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이 2026 데이비스컵 2차 최종 본선진출전으로 나선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3-2로 꺾었다. 마지막 단식에서 정현(김포시청, 392위)이 마르코 트룬젤리티(134위)를 6-4 6-3으로 꺾고 한국의 승리를 확정했다. 국가랭킹 22위인 한국은 10위 아르헨티나를 꺾는 위대한 업셋을 달성했다. 인터뷰실에 들어온 정현과 정종삼 감독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정현 6-4 6-3 마르코 트룬젤리티
[정현]
- 마지막 주자였다. 부담감이 매우 컸을 것 같은데.
"내가 데이비스컵 경험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편인데, 그동안 데이비스컵 멤버로 출전하면서 2-2에서 경기에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복식을 졌지만 (권)순우가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순우가 이겨주길 바랬다. 국가대항전 2-2 상황이라는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경기할 일이 몇 번이나 있을 것이며,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대기실에서 계속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고,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됐다."
- 2세트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했는데, 그때는 어땠나?
"사실 첫 날도 그렇고 둘째 날도 그렇고 이렇게 큰 데이비스컵뿐만 아니라 개인 대회를 하면서도 자신감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 이기고 있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조금 부족하고 경기 감각도 조금 떨어져 있고 전체적인 자신감도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경기를 이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이기지 못할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있다. 때문에 첫 날도 쉽게 경기를 풀 수 있음에도 어렵게 경기를 계속 풀고 기회를 못 잡고 졌다. 오늘 같은 경우도 1세트에서 기회를 잘 잡아서 잘 마무리했고 2세트에서 조금 더 초반에 경기를 잘 풀었다면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 떨쳐내지 못했다.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2-2, 이런 좀 부담감 있는 경기를 함으로써 조금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경기 내용에 상관없이 팀에 도움을 준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하고 내 스스로도 힘든 상황에서 이겨낸 것 같아 다음에는 조금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 최근 인터뷰에서 항상 '자신과의 싸움 중이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오늘 승리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있어 뭔가 이겨낸 부분이 있다고 봐도 될까?
"나도 그렇게 되길 원해서 1-2에서 순우가 어떻게든 이겨서 내가 2-2에서 경기를 들어가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부담감 속에서 경기를 한 번 더 치르고 싶었다. 팀원들한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나 스스로한테도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됐으면 했다. 오늘뿐만 아니라 어제도 그렇고 국가대항전, 사실 국가를 위해서 경기를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와 계속 싸운다고 생각한다."
- 2018년 호주오픈 4강 때와 지금의 정현은 어떤 점이 다른가?
"그때는 사실 누구랑 경기를 하든 언더독 입장에서 경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까 지고 있어도 '나는 잃을 게 없어. 이겨낼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아픈 곳도 없었고 5세트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체력도 된다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다.
지금은 부상이 조금 길어지면서 경기가 조금 길어지면 심폐지구력적인 것은 괜찮지만 신체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데이비스컵이나 조금 특수한 대회는 몸에 데미지가 조금 더 쌓이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히 2018년보다 신체적으로 조금 더 부담이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핑계가 되지는 않는다."
- 오늘 경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한 단계 성장보다는 조금 더 자신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온코트 인터뷰 중인 정현>
- 아르헨티나에서 선수 교체 없이 마르코 선수와 경기하기를 바랬나?
"그렇다. 마르코는 내가 투어에 있을 때에도 한참 연습도 같이 해서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선수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지난 번 베트남챌린저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계속 역전패를 당했다. 2세트 들어갔을 때, 최근의 그런 경험들 때문에 더 압박이나 부담되는 부분이 있었나?
"그런 것이 반복돼서 부담된다기 보단, 경기 흐름에서 내가 앞서 나가고 있으면 상대방 입장에서 조금 내려놓는 타이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대방이 마음을 더 편하게 덤비고, 나는 그 상황에서 마음을 더욱 타이트하게 가다 보니까, 그 상황들을 순간적으로 최근 못 풀어냈다. 실전에서 계속 경험하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오늘은 더블폴트가 하나밖에 없었다. 어제와 확 달라진 비결은? 연구한 것이 있나?
"그런 것은 없었다. 남미 선수들은 하드코트 경기도 클레이코트 스타일로 한다. 그래서 나도 평소보다 조금 더 네트 쪽으로 가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에이스를 노리기 보다 첫 서브 넣고 관리하는, 많이 섞으려고 했다. 중간중간에 잘 섞어서 중간에 상대를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 그게 주효한 것 같다."
- 승리 후 아버지가 많이 우시던데 봤나?
"그런가? 믿기지가 않는데(웃음)."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은 것은 없다. 내일 모레 또 비행기 타고 인도 대회를 나간다. 짐 챙겨서 집에 가고, 다시 또 짐 챙겨서 비행기 타야 한다. 올해 테니스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 팬들의 응원이 엄청났다. 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항상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임하는 정말 특별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특별함을 넘어서 한국 팬분들 앞에서 태극마크 달고 경기하는 또다른 특별함이 있다. 오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건 많은 팬분들의 응원 덕분이다. 많은 선수들, 우리 팀원, 코칭 스태프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음에 만날 땐 조금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돌아오겠다. 감사합니다."

<2회전 진출, 승리의 V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포즈를 취한 정현(좌)과 정종삼 감독(우)>
[정종삼 감독]
- 괜찮나. 지금 혼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이겼으니까 전혀 그런 것 없다. 지금 긴장이 풀려서 약간 넋이 나간 것 같다."
- 오늘 경기 총평과 경기마다 심경 변화는?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갖고 들어갔다. 복식 경기는 생각했던 것만큼 풀리지 않아서 조금 또 침체됐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권순우 선수가 또다시 저희 불씨를 살려줬고, 마지막에는 또 정현 선수가 또 불씨를 완전히 폭발해서 태워줘서 지금 너무 좋다."
- 상대 복식은 이번 첫 호흡이었는데, 0-2로 패했다. 조금은 위험 신호 같으며 어떠한 대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로서는 지금 두 선수(남지성, 박의성)를 대체할 선수들이 없다. 김선용 코치와 많이 상의하면서 나름 방법을 찾고 있다. 정현이나 권순우 선수는 단식 선수들이다.
9월에는 홍성찬 선수가 제대한다.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데이비스컵 같은 대회는 다른 대회보다 몸의 피로도가 훨씬 더 심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조금 더 찾아보려고 한다."
- 우리 선수들의 가장 큰 장점과 또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선수들이 일단 패기도 있고 끈질기고 넓은 수비력, 순간순간 재치 이런 것들은 참 좋다.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결정구라고 해야 하나, 이기고 있을 때 확 휘어잡을 수 있는 그런 점을 조금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세에 있을 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본인만의 무기를 만들면 좋겠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일단 배가 고프다(웃음). 가족이 왔으니까 가족과 저녁 먹으면서 오랜만에 소주 한잔 먹고 싶다. 안 먹은지 너무 오래 됐다."
- 오늘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대박이다(웃음). 로또 맞은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대박이다."
-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부분, 요구했던 부분은?
"특별히 강조한 건 없다. 선수들은 믿었다. 감독은 선수를 믿고 가야 한다. 가장 힘든 것은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했는데, 나도 즐기진 못했다(웃음). 경기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니까 조금이나마 긴장을 덜 하고 편안하게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